- 본색(本色) -
여름산
겨울산 해도
산은 산이요
민물
짠물 하여도
물은 물이며
바람소리
새소리해도
소린 소리로다
2009. 7. 29. - 청포 -
* 성철선사를 추모하며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 말은 성철스님이 처음 종정이 되셨을 때에
법어로서 하신 말씀으로...
흔히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다.사람들이 즐겨하는 말이다.
그러나..이 말은 사실..성철스님의 말씀이 아니고...
옛 중국의 어느 선사가 하신 말씀이다.
그 것을 선문에서 즐겨한 것을
성철스님 역시..즐겨 말씀하신 것이다.
이 말은 원래..
그선사가..
노년에 자신의 구도과정을 되돌아 보면서 하신 말씀이다.
소싯적에는...
산이 산으로만,물이 물로만 보였고,
조금 눈이 뜨이니...
산이 더 이상 산이 아니고,물이 물이 아니었다.
그러나,이제 와서 보니..
역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것이다.
이 말에는 불교적..선적 통찰의 예지가 모두 담겨있다.
소싯적의 산과 물은....
범부의 눈에 보이는 '色'으로서의 산과 물이다.
공부중의 산과 물은...
학인의 눈으로 보는 '空'으로서의 산과 물이다.
그러나...깨달음 이후의 산과 물은...
색과 공이 함께하는..'色卽是空 空卽是色으로서의 산과 물이다.
색과 공이 함께하는 산과 물...
색이 공이고,공이 색인 산...그리고 물인 것이다.
마음의 눈을 활짝 뜨니....
이제서야 전체적인 모양이 보인 것이다.
이로서 보면...깨달음이란...특별한 것이 아니다...
일상의 나날에서....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로 보는 눈을 갖는 것이다...
◈ 성철(性徹, 1912년-1993년 11월 4일) ◈
속명은 이영주이다.
현대 대한민국의 선불교 전통을 대표하는 수행승이다.
경상남도 산청에서 출생했다.
1936년 해인사에서 동산(東山) 대종사에게 사미계를 받고
승려가 되었다.
1938년 운봉화상을 계사(戒師)로 보살계·비구계를 받았고,
그 뒤 봉암사(鳳巖寺)에서 청담(靑潭) 등과 함께 수행하며
부처님답게 살 것을 결사하는 등
새로운 선풍(禪風)을 고양시켰다.
1967년 해인총림(海印叢林) 초대 방장(方丈)이 되었고,
1981년 대한불교 조계종 제7대 종정(宗正)에 취임하였다.
세속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교리에 대한 그의 입장은
저서인 《선문정로》(1981)에 잘 나타나 있다.
대한민국 선불교의 수행 전통으로 여겨온
지눌의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반대하여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주창했다.
그 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불교 철학계의 돈·점 논쟁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성철에 따르면,
앎과 행동이 일치된 단계의 앎만이 진정한 앎이며,
지눌의 돈오점수는 이론적 앎일 뿐 참 앎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눌과 성철은 가르침의 대상이 달랐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가 어렵다.
지눌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인생의 가르침을 폈으며,
성철은 수행승을 대상으로 했다.
《육조단경》(六組檀經), 《전등록》(傳燈錄) 등
선문의 조사 어록을 중심으로 많은 법어를 이루었는데,
관념의 도그마에 빠지지 말 것과 견성의 체험을 강조하였다.
1993년 해인사에서 입적하였다.
저서로 《돈오입도요문강설》(198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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